우주가 백사장이라면 지구는 한 알의 모래알인데 인간은 무엇일까

지은이 함인구 쪽수 376쪽
초판 2018-03-23 ISBN 979-11-6054-136-6
판형 152*224mm 기타
  • 어느 누구도 내 이름을 불러주지 않아
    나는 내 이름을 잊고 살았습니다.
    이렇게 살다 보니
    외로움으로 인하여
    가난으로 인하여
    괴로움으로 인하여
    병으로 인하여
    죽음까지도 귀한 손님인 양
    웃음으로 맞이하는 나이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러므로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습니다.
    왜 이렇게 살았느냐 하면
    남의 밥을 얻어먹고 남의 일을 하다가
    재물을 모으는 숫자를 배우지 못하여
    재물을 모으지 못했기 때문이고
    남의 밥을 얻어먹고 남의 이름을 부르다가
    명예를 얻는 문자의 구성을 배우지 못하여
    명예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고
    남의 밥을 얻어먹고 남을 위해 박수를 치다가
    권력을 얻는 양심을 속이는 몸짓을 배우지 못하여
    권력을 얻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고 이와 같기에
    나는 아들들에게 아무것도 남겨 줄 것이 없고
    죽은 후에 시체를 치우는 일만 남겨 줄 뿐입니다

    그러나
    어떠한 미련도
    어떠한 후회도 없습니다.
    왜 그러냐 하면
    언제나
    아들들을
    아들들로 대하지 않고
    손님처럼 맞이하여
    차를 끓여 마시면서
    서로 나눈 대화가
    큰 산이 되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대화를 5200 문답으로 편성하여
    아들들에게 주고
    오늘
    그 가운데 2차 365문답을
    아들 결혼식에
    참석하는 분들께 보여 드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시는 분은
    길을 가다가 풀꽃을 보듯
    머리를 들어 흰 구름을 보듯
    그냥 봐주시길 바랍니다. 

  • 순서와
    목적이 없이 쓰인 글이므로
    목차가 없습니다.


    그냥 펼쳐보시고
    그냥 덮으시고
    그냥 덮으셨다가
    그냥 펼쳐보십시오


    마시는 물도
    한 살 된 아기가 먹는 물이 따로 없고
    백 살 된 노인이 먹는 물이 따로 없듯
    숨 쉬는 공기도
    한 살 된 아기가 숨 쉬는 공기가 따로 없고
    백 살 된 노인이 숨 쉬는 공기가 따로 없듯
    이 글도
    따로 정해진 목차가 없습니다.


    그냥 펼쳐보시다가
    그냥 덮으시고
    그냥 덮으셨다가
    그냥 펼쳐보십시오. 

  • 함인구

     

    무도 불러주는 이 없는
    이름이라
    나도
    내 이름을 잊고 살았습니다.


    그러므로
    이렇게
    이름을 나타내는 것이
    부끄럽고 부끄럽습니다.


    왜 그러냐 하면
    함인구 라고 하는
    이름으로는
    이 세상에
    아무 것도
    나타낼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 글이
    함인구이고
    함인구가
    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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