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떠나는 꿈을 꾸었습니다.”
일상에 지쳐 하루를 버티어가는 사람들은 꿈을 꾼다. 지금 이곳이 아닌 어딘가를 여행하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꿈을 꾼다. 짧은 점심시간을 마무리하는 차 한 잔에 꿈을 담아 키우기도 하고, 꿈과는 다른 오늘의 삶을 잊기 위해 술 한 잔에 몸을 맡기기도 한다.
『여행, 한 잔』은 바쁜 일상에서는 잊혀져 있던, 여행에서 다시 찾은 ‘꿈’ 또는 ‘낭만’에 대한 책이다. 많지도 적지도 않은 나이, 쌓아두었던 것들을 내려놓고 스무 달 여행을 떠난 저자는 젊음의 색이 온전히 바래기 전에, 인생의 계절에 귀뚜라미가 울기 전에 세상을 마주한 감성을 어느 카페 어느 선술집 옆자리 이야기처럼 풀어놓는다.
저자는 한국에서의 삶을 되짚어보고, 스무 달 여행의 감정을 걸러 정리하며 독자에게 권한다. 무채색의 일상에서 잃어버린 강렬함이 그리워지는 오늘이라면, 바래어가는 어제의 열정을 가져와 먼지를 털어내고 달리고픈 지금이라면, 잠시 창가에서 하늘 바라보며 『여행, 한 잔』 함께하기를.
잔을 채우며
#01 여행 한 잔
#02 이름
첫 잔. 낯선 곳에서
#03 째려보며 오래도록
#04 비가 그칠 때까지
#05 덕 테이프
#06 떴다떴다비행기
#07 함께
#08 거기에 있는 다리
#09 여름이기로
#10 여행이란
#11 느리게, 겸손하게
#12 링 로드
#13 하늘, 내일, 기억
#14 끝 대신 반대
#15 출국 심경
#16 좀머씨와 마르슬랭
#17 겨울내음
한 잔 더. 마주치는 것들과
#18 쌈펭 시장
#19 정답
#20 마음 환해지는 얼굴
#21 말로 할 수 없는 것
#22 바람 불던 날
#23 워낭소리
#24 사람이 너무 많아서
#25 오이
#26 메마른 땅의 떠나는 마음
#27 에발트 할아버지
#28 코코넛 풀빵
#29 삶냄새
#30 낯선 곳의 욕실에서
#31 그의 기도, 나의 바람
#32 비뚤어지기
#33 스무 살 그 때 삼월 가까이의
막잔. 함께하기
#34 맛있는 것 먼저 먹기
#35 내일이 오지 않을 것처럼
#36 부끄러워도
#37 일주일
#38 조금 다른 여행자
#39 골목길
#40 1월 1일
#41 저 집
#42 피터팬의 여행
#43 절정
#44 붉은 낙타
#45 편도승차권
#46 숙제는 그만
#47 여행, 로맨틱, 성공적
#48 겨울날
#49 이유 남겨두기
잔 바닥 털어 마시고
#50 서두르거나 서글프거나
민양지
25년 전엔 바른 생활 어린이였다. 5년 전엔 일 잘하는 대리였다. 지금은 그렇게 명확히 정의할 수 없는 스스로를 좋아한다.
무난하다는 말과 특이하다는 말을 번갈아 듣는다. 그래서 가끔 형용사의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 늘 웃는데도 진지하고 무겁다 하니 날개라도 달고 가벼워져야겠다.
숙취를 못 견뎌 하면서도 술을 끊지 못한다. 세상 어느 식당에서도 오이만은 골라낸다. 좋아하는 게 많지 않으나 여행 앞에선 흥분한다. 어릴 적 깔고 놀던 세계지도가 운명이었던 건가 되짚어 보는 중이다.
요즘엔, 당신의 입술이 남긴 커피잔 커피 방울이 자욱이 될 동안, 또는 피곤한 퇴근길이 두 정거장만큼 줄어들 동안, 여행 얘기로 마음을 건드려 흔들어 놓을 글쟁이의 꿈을 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