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글들이 모두 유서 같았다

지은이 이재인 쪽수 508쪽
초판 2022-05-13 ISBN 979-11-6054-549-4
판형 148*210mm 기타
  • 행복에 가닿기 위한 청춘의 처절한 기록

     

    유난히 우울을 살결에 닿듯 느끼는 이들이 있다. 우울은 예고 없이 찾아와 끝없이 침체한다. 이보다 더 아래가 있을까 싶을 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더 깊고 짙은 심연의 끝으로 데려간다. 거기엔 죽음이 가까이 있다. 그래서 우울 끝에 쓴 글은 유서와 같다.

     

    죽음을 염두에 두고 그럼에도 행복하고 싶었다고, 당신만은 꼭 행복하라고 말한다. 내가 쓴 모든 글들이 유서 같았다는 이 청춘이 사실 얼마나 행복하고 싶었는지, 얼마나 살고 싶었는지를 절실히 보여주며, 삶을 짐짓 초연하게 만든다.

     

    내가 남들보다 유별나게 더 고통스러워했던 이유는

    내가 남들보다 유별나게 더 감정적이었던 이유는

    내가 가진 모든 감정들을 꼼꼼히 누릴 수 있었기 때문이었어.

    우울한 감정을 사랑해서 행복이란 감정도 사랑할 수 있었어.

    _끝까지 함께해줄 수 있는 존재가 있길중에서

  • 005작가의 머리말

     

    011내게 주어진 숨은 어디까지일까

    029그저 나는 나를 믿고 나를 마주할게

    075내가 쓴 모든 글들이 유서 같았다

    089자유로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가 될 수 없다면

    095이제 시작되는 첫 페이지

    101우울함을 받아들이는 그 순간에 시작될 거야

    107주어진 숨을 거스르지 않기로 했다

    113아쉬울 게 없는 상태로 떠날 것이다

    131나에게는 잔인한 재능이 있다

    143나의 존재의 끝은 부디 그런 모순이길

    161눈물의 색을 투명한 파란색으로 정의 내린 이유

    169빛나지 않는 게 가장 빛난다는 사실을

    191이 세상에 자살은 없어, 전부 타살이지

    203지금쯤 우리는 이 세상에 없는 존재일지도 몰라

    227최악인 줄 알았던 그 순간에 최고의 순간을 맞이했다

    245이뤄질 수 있는 꿈이었던 걸까

    265나는 너무 잘 성장했어

    293이 세상 사람들은 전부 다 연쇄살인마다

    305이름 석 자의 의미

    325내가 잡은 그 손, 내가 놓은 그 손

    335미소는 아름답고 웃음소리는 찬란했다

    371수취인을 잃지 않기를

    419그냥 내가 행복이 되기로 했어

    471볼 수 있음에도, 앞을 바라보지 않는 이에게는

    499끝까지 함께해줄 수 있는 존재가 있길

     

    504작가의 마지막 글

  • 이해인

     

    충청남도 홍성에서 2001년 태어났다.

     

    사실 나를 소개할 특별한 게 있진 않다. 누군가 소개를 하라는 질문에 학력이면 충분한 소개가 되는 우리나라의 알게 모르게 단단히 자리 잡은 문화가 싫다는 이유면 충분한 이유가 될까? 대단한 학력을 갖고 있지도 않고, 작가라고 하면 학창시절 글쓰기로 교내 대회를 휩쓸었을 것 같지만, 학창시절 내가 쓴 글쓰기라고는 끊임없이 써내려간 반성문이 전부였다. 학창시절 작가가 꿈이었던 적은 없다. 언젠가 훌륭한 사람이 되면 자서전 같은 건 써내려갈 마음은 있었지만, 이게 직업이 될 줄은 몰랐다. 대학교를 다니기 싫은 마음에 책상에 놓인 노트북을 펼쳐 써내려간 글이 작품이 될 줄도 몰랐다. 그냥 내 인생은 몰랐던 일이 가득한 것 같다. 하지만 꽤 마음에 든다.

     

    나는 자유로운 사람이다. 하지만 인정받고 싶은 사람이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싫어하지만,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규칙을 혐오하지만, 어느 정도의 규칙을 좋아하고, 큰 집을 사서 머물고 싶지만, 자유롭게 세상을 누비고도 싶다. 그냥 모순을 인간화하면 인 듯싶다. 뜨거운 여름처럼, 터지는 포탄과도 같게, 영원하지 않을 영원을 바라는 그런 사람이면 충분한 나의 소개인 듯하다. 그게 전부다. 그게 전부인 것처럼 살아갈 것이라고 감히 약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