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뤘다 쓴 일기

지은이 이희송 쪽수 192쪽
초판 2020-07-31 ISBN 979-11-6054-379-7
판형 148*210mm 기타
  • 80 고개에서 돌아본 내 삶의 발자취,
    모든 기쁨과 슬픔을 함께한 가족, 내가 겪어 온 시대의 이야기

     

    이 글은 며칠 미뤘다 쓴 일기가 아니라 70년을 미뤘다 쓴 일기다.
    긴 세월 시공을 가늠할 수 없으니 순서도 없는 일기가 될 수밖에 없다. 다 기억할 수 없어 일부밖에 쓸 수 없었지만 거짓이나 과장된 말은 하나도 없다. 보여주기 위한 꾸밈이나 감춤도 없다. 솔직한 나의 삶의 한 단면, 행한 것, 본 것, 들은 것, 나의 직관과 느낌 그대로를 쓴 것이다.
    맛깔나는 어휘들을 동원해서 쓴 수필도 산문도 아니다. 일기장 100장 중에 10장을 추려서 읽어본다고 생각하고 ‘아, 그때 그런 일도 있었구나’ 하며 암울했던 역사 속으로 잠겨 보고 그때와 지금의 문명과 문화의 괴리감도 같이 느껴볼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 이희송

     

    80 고개에 올라 우리 가문을 돌아보며 또 내가 살아온 날의 몇몇 발자취를 회상해 봤지만 고락을 같이한 그 옛날이야기에 공감하며 맞장구를 쳐줄 사람이 없어 그저 허전하고 허탈하기만 하다. 누굴 붙들고 ‘그땐 내가 생각이 짧았고 다 내 탓이여’ 하면서 마음을 털어놓기라도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허공을 향해 혼자 뭐라 중얼거리는 소리가 되었다.
    형님 두 분이 이웃하고 사랑하며 살던 시절의 흔적을 우리가 보면서 그 우애를 회복하고 그때로 돌아가자는 외침이 이구동성으로 쏟아져 나오길 나는 소원한다. 그때가 그립다.
    최고의 영광과 부귀영화를 누리다 간 솔로몬 왕도 ‘헛되고 헛되며 헛되도다’란 마지막 말을 남기고 갔다. 80 고개에 올라서야 나도 깨닫게 되고 공감하게 된다. 한 줌 더 집으려고 욕심을 부렸던 지난날이 부끄럽고 더 베풀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가 평생을 효도 한번 못해본 회한과 함께 마음 한편에 자리하고 있다.